국내 연구팀이 기존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생산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해상도가 수십 배로 향상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상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활용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해상도 한계를 극복하고 해상도를 6만3500 PPI(1인치당 픽셀 수)까지 높일 수 있는 제작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LED는 가까이서 볼 일이 없기 때문에 높은 해상도를 가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부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용 디스플레이처럼 눈 가까이 디스플레이를 놓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VR용 LED 디스플레이는 눈 바로 앞에 디스플레이가 놓이기 때문에 2500 PPI 이상의 고해상도가 요구된다.
고해상도 LED 디스플레이가 필요해지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신 높은 효율과 신뢰성, 고속성을 가진 무기물 LED가 주목받고 있다. 무기물 LED를 화소로 쓰기 위해선 적색과 녹색, 청색을 낼 수 있는 픽셀을 가까이 배열해야 한다. 하지만 세 색을 낼 수 있는 LED 물질은 각각 다르다. 기존 방식은 3색 LED를 각각 제작한 후 디스플레이 기판에 옮겨 배열하는 ‘전사’를 3번 거쳐야만 디스플레이를 만든다. 하지만 전사를 세 번 거쳐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크기로 LED를 정렬하고 화소를 만드는 것은 LED 이송헤드의 크기와 기계적 정확도 등의 문제로 어렵다.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던 이유다.
연구팀은 적녹청 LED 활성층을 수직으로 쌓고 반도체 패터닝 공정을 이용하는 새로운 소자 제작 방법을 제안했다. LED를 수직으로 쌓으면 다른 색에서 에너지가 큰 빛이 나올 때 다른 색을 동작시키는 ‘색간섭’ 현상이 문제가 된다. 연구팀은 이 간섭을 막는 브래그 반사체를 설계해 에너지가 큰 청색 LED에서 나오는 빛 97%를 접합면에서 반사시켜 적색 LED의 색간섭을 막았다.
또 청색과 적색 LED를 수직으로 결합하고 반도체 공정을 활용하면 높은 밀도의 마이크로 LED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6만 3500 PPI의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였다. 최근 개발되는 고해상도 LED의 해상도는 1000 PPI 대보다 수십 배 높은 수치다. 이송헤드를 이용해 LED를 옮기는 집적 방식에서는 불가능한 해상도다.
김 교수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초고해상도의 픽셀 제작 가능성을 최초로 입증한 연구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초고해상대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금대명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연구원이 참여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 표지 논문에 지난달 28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