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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이제는 촉각으로 가상현실(VR) 체험한다

김시균 기자
입력 : 
2019-11-21 09:08:11
수정 : 
2019-11-21 12: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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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저스 美 노스웨스턴대 연구팀
인간 피부에 밀착한 VR 스킨 개발
국제 학술지 네이쳐에 21일 첫 공개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피부 곳곳에 부착해 VR 체험도 ↑
사진설명
지난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에서 주인공은 VR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오감 체험이 가능한 가상현실 세계로 진입한다.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은 2045년을 배경으로 가상현실(VR) 체험을 다룬 공상과학(SF) 영화다. 주인공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가 VR 고글과 장갑 그리고 슈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신체에 착용하면 오아시스(OASIS)로 불리는 가상현실로 접속할 수 있다. 이 오아시스라는 허구적 세계에선 시·청각적 자극 뿐 아니라 촉각까지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신체에 부착된 VR 웨어러블 기기 덕분이다. 이 기기가 육체 곳곳으로 신호를 보내어 실제와 같은 감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주인공처럼 현실에서도 촉각으로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게 됐다. 기존 VR 기기가 눈과 귀로만 VR 체험을 할 수 있던 것에서 나아가 피부로까지 감각을 전해주는 VR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된 것이다.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1일 "피부 곳곳에 다양한 진동 엑츄에이터(동력을 이용해 기계를 동작시키는 구동 장치)를 전달하는 VR 스킨을 개발했다"면서 "얇고 부드러우며 유연한 재질로 만들어져 가상현실에서도 실제와 가까운 촉각적 체험을 할 수 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쳐에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VR 스킨은 착용자에게 전기를 통한 생생한 진동감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진동감을 전하는 지점을 기기 부위마다 균일한 형태로 배열한 데다 작동 회로와 제어 회로 등을 옷처럼 얇게 제작했다. 이를 사이 사이마다 부드러운 질감의 실리콘 재질들을 씌움으로써 착용 시 불편함 또한 최소화했다. 예컨대 피부 바로 위에 실리콘 A를 덮는다면 바로 위에 원 모양의 디스크와 마그넷 등으로 구성된 엑츄에이터를 씌운다. 그 위에 실리콘 B와 전자 장치를 순서대로 올리고 전자회로에 전하를 모으는 축전기와 전하기 및 칩, NFC 안테나, IC 스위치 등으로 구성된 얇은 기기를 순서대로 입힌다. 그 위에 실리콘 C를 한 번 더 올린 다음 옷감으로 덮는 식이다.

사진설명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기존에 로봇 팔, 로봇 다리 등을 착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옷처럼 부드러운 재질을 몸에 밀착시킨 소형 VR 디바이스"라며 "구부리고 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팔이나 가슴, 다리 등 신체의 각 부위에 붙여 서 진동감을 적절히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VR 스킨을 오른 팔에 부착하고서 VR 전쟁 게임을 하게 될 경우 플레이어가 해당 부위에 총에 맞을 시 VR 스킨과 연결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부터 진동 명령이 곧바로 내려진다. 이와 동시에 특정 주파수와 감도로 VR 스킨이 아래 위로 미세히 진동하면서 촉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존 로저스 교수는 "100Hz~300Hz로 단위로 진동하도록 설계했을 때 175mW 가량의 강도로 피부에 뚜렷한 촉각적 반응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무선으로 배터리 충전과 기기 작동이 이뤄지는 점도 VR 스킨의 특징이다. 연결 선 없이 동력을 전달하는 안테나 장치가 특정 거리 내에만 있으면 VR 스킨으로 데이터가 자동 전송된다. 예컨대 50cm 이내에 전송 배터리가 놓일 시 50mW(밀리와트) 전력이 균일하게 VR 스킨으로 보내어져 배터리 충전이 이뤄진다. 반대로 50cm 범위 밖으로 거리가 멀어질 수록 충전량은 비례해 줄어든다.

학계에선 VR 스킨이 향후 초소형 VR 기기 상용화를 한층 더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멤스(MEMS·Micro-Electro Mechanical Systems) 기술 개발이 빠르게 활성화 중인 가운데 소형화된 촉각형 VR 기기들이 속속 현대인들 일상을 파고들 수 있다는 얘기다. 멤스 기술은 각종 엑츄레이터와 디바이스를 최대한 소형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를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상대방과 실제로 스킨십을 하듯 소통하고, 각종 비디오 게임에서 보다 사실감 있는 가장현실 체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VR 영화 제작에 한창인 영화계 또한 시각과 청각에서 나아간 촉각으로까지 체험 범위를 넓혀 관객들 흥미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유범재 KIST 책임연구원은 "현재 VR 기기의 트렌드는 촉각적 감각을 제공해주기 위한 장치들을 최대한 작고 슬림하게 만들어 착용감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논문은 향후 VR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실용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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